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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9 06:09

병원 청소노동자 에이즈 환자 주삿바늘에 찔리고 3일 동안 몰라

성빛나1
조회 수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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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동 폐기물...의료진 안 알려줘 약 먹고 토하며 일주일 더 근무

이상원 기자

“약이 너무 독해 밥도 못 먹어 죽을 먹는다. 불안한 마음에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울산대학교 병원 청소노동자 전모 씨(50)는 지난달 20일부터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에이즈 환자만 아니면 되요”라는 전씨를 향해 의사는 되레 “에이즈 환자인 줄 몰랐느냐”고 타박했다.

이점자 공공운수노조 울산대병원 민들레분회장은 “우리는 그림자다. 간호사나 조무사 등은 환자가 무슨 병을 앓는지 알지만 우리는 전혀 모른 채 환자 주변을 청소한다”며 “최소한 에이즈 환자 등 감염 위험이 있는 환자는 미리 알려줘야 일할 때 더 조심하는데 그런 대책이 전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씨는 지난달 17일 오전 11시께 여느 때처럼 맡은 병동 청소를 끝내고 뒷정리를 했다. 전씨가 맡은 병동은 혈액암 병동이다. 환자의 각혈이나 토사물을 치워야 한다.

전씨는 청소할 때 감염 위험을 줄이려고 일회용 비닐 가운을 입는다. 가운은 청소 마치면 병동에 마련된 의료폐기물 수거함에 버린다. 이날도 수거함에는 간호사 등 다른 이들이 버린 가운이 들어차 있었다.

전씨는 가운을 벗어 수거함에 넣었다. 비닐가운은 쉽게 부풀어 올랐다. 전씨는 무심하게 손으로 가운을 눌러 넣었다. 그 순간 따끔한 것이 전씨의 왼손 중지를 찔렀다. 주사바늘이었다.

매뉴얼대로 침착하게 바늘에 찔린 부분을 눌러 피를 빼 물로 씻어내고, 응급실로 향했다. 간호사는 전씨의 얘기를 듣고 응급조치한 뒤 3일 동안 먹을 약을 챙겨줬다.

이때까지도 전씨는 그 약이 무슨 약인지도 몰랐다. 이점자 분회장은 “응급조치를 하면서도 에이즈 환자라는 얘기를 안해 줬다. 3일이나 지나 담당 교수에게 ‘에이즈 환자만 아니면 되요’라고 했는데 ‘에이즈 환자’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덕분에 전씨는 3일 동안 독한 약을 먹으면서 계속 일했다. 계속 속이 메스껍고, 구토, 두통도 있었지만 으레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전씨는 주사바늘의 주인이 에이즈 환자라는 걸 안 뒤에도 일주일을 더 일해야 했다. 하청업체 관리자는 감염이 된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는 투였다.

노조는 지난달 29일 마무리되지 않은 2014년 임단협 교섭 자리에서 전씨의 유급휴가를 요구했다. 그제야 업체는 전씨의 휴가를 허용했다. 전씨는 2~24일까지 쉰다.

지난달 19일 감염 검사를 받은 전씨는 오는 23일에야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담당의사는 주사바늘에 찔려 감염되는 경우는 잘 없다고 위로했지만, 전씨는 불안하다.

이점자 분회장은 “10년 넘게 일했지만, 지금까지 에이즈 환자의 주사바늘에 찔린 조합원은 처음 본다”며 “작년에도 병원 감염관리과에 교육을 제안했지만 여전히 병원은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노조는 전씨가 산업재해를 인정받도록 산재 신청도 준비중이다. 노조는 2011년 서울대병원에서 같은 사건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사례가 있어 전씨도 인정받을 걸로 기대했다. 

기사본문
【서울=뉴시스】

병원 청소노동자들, 주삿바늘 등 찔리는 사고 다반사
6년 전 감염 노출 사고후 현재도 정신과 치료 사례도
"근무 중 감염 청소노동자 매년 100명 이상 나올 것"

【서울=뉴시스】 김현섭 기자 = "오늘도 찔렸어요."

서울의 한 대형병원 청소노동자 A(54)씨. 그는 이 병원에서 일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는 청소를 하다 주삿바늘에 찔린 경험이 몇 번이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1년에 한 3~4번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께 뉴시스 기자와 만난 A씨는 이날도 쓰레기를 치우다가 바늘에 찔렸다고 했다. 다행히 감염위험이 없는 질병 환자에게 쓰던 바늘이었다. 하지만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는 "(청소할 때마다) 좀 불안하다. 만약에 이 환자가 에이즈였다면 내가 에이즈에 걸릴 수도 있는 것 아니었나"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9월 서울대병원 중환자실 침대 밑 바닥을 청소하다 에이즈 환자가 쓰던 바늘에 찔린 B(62)씨는 6년이 지난 현재도 정신과 병원을 다니고 있다. 사고 당시 극한의 공포감을 느끼면서 우울증이 생긴 것이다.

B씨는 "찔리고 나니까 정신이 막 도는 것 같았다. 손가락을 끊어버리고 싶었다. 수간호사가 '아주머니 빨리 응급실 가세요'라고 하는데 눈물은 자꾸 나오지, '난 이제 죽었다. 끝이다'라는 생각도 들고. 검사 결과가 2주 후에 나온다고 하는데, 그 2주 동안 무서워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당시 사건은 언론에도 보도되면서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병원의 감염예방조치 소홀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같은 사고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기본적 원인은 병원 측에 있다. 감염병 환자가 쓰던 주삿바늘, 수술용 칼 등은 사용 후 지정된 통에 넣어놔야 하는데 실제 현장에선 이를 어기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시간 안에 청소를 끝내야 하는 노동자 입장에선 쫓기는 마음에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것이다.

C(62)씨는 지난 2014년 겨울 에이즈 환자가 사망한 병실을 청소하다가 수술용 칼에 베였다. 손에 피가 줄줄 날 정도였다. 그 때 칼이 놓여져 있던 곳은 '창문턱'이었다.

C씨는 "당시 간호사가 '왜 조심하지 않고 베였느냐'고 했다. 누가 조심을 안 해서 다쳤겠나. 칼날이 얇은데다 색깔도 창틀하고 비슷해서 구분이 안 된다. 청소는 빨리빨리 해야하고"라면서 "에이즈라는 게 얼마나 충격적이냐. 당시 우리 소장이 병원에 '수술 칼 같은 걸 창틀에 놓아두면 어떡하느냐'고 성질을 내고 그랬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응급실에서 일하는 D(60)씨는 "'니들통'이 따로 있다. 경력이 오래 된 간호사들은 잘 지키는데 얼마 안 된 간호사들은 자기들도 급하게 일하다보니까 아무데나 막 버리고 바닥에도 떨어뜨리고. 그러다보면 우리가 찔릴 일이 많다"고 밝혔다. 

감염병 환자가 있던 병실, 수술실을 청소하기 전 병원 측의 충분한 지침 전달 여부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들마다 제각각이었다.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2017.06.07 afero @ newsis . com

의사나 간호사 개인에 따라 달라질 뿐 의료진 전체 차원의 '체질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사고 후에도 어떤 질병이었는지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확인됐다.

D씨는 "내가 약 3년 근무하면서 바늘에 4번 찔려봤다. 그때마다 병원에서 처치는 바로 해줬는데 무슨 환자였는지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청소 전에도 '여사님 감염이니까 조심하세요' 정도가 전부다. 어떤 환자가 있었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혈관조영실을 담당하는 E(55)씨는 "에이즈나 결핵 환자일 경우에는 얘기해주는 선생님도 있지만 안 해줄 때도 있다"며 "내가 일한 지 좀 되다보니 의사가 들어갈 때 입는 옷이나 마스크를 보고 안다. 한 마디로 '짬밥'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E씨도 지난 2015년 바닥에 떨어진 주삿바늘에 찔린 적이 있다. 바늘이 바늘집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여서 안심하고 집었는데 알고보니 덜 눌러져 있었던 것이다.

E씨는 "내가 청소했던 방으로 전화해서 '몇 시 정도에 균환자 있었느냐'고 물어보더니 괜찮다고 하면서 피검사도 안 해줬다"며 "조영실은 에이즈를 포함해 감염환자들 다 온다. 지금이라면 하지 말라고 해도 내가 막 검사해야 한다고 나섰겠지만 그 땐 나도 이 일 한지가 얼마 안 됐을 때다. 그래서 나중에 내가 개인적으로 간염 예방주사도 맞고 그랬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올해 발표한 ‘병원체 감염 위험근로자 건강보호 강화 방안 연구’(연구책임자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한복순) 보고서에 따르면 '감염병 관리대상에 어느 범위까지 포함해야 하나'(복수응답)라는 질문에 131개 의료기관 보건관리자(혹은 감염관리담당자) 중 '청소업체'를 넣은 응답자는 58.8%였다.

간호사가 93.9%로 제일 높았고 의사(93.1%), 간호조무사(90.8%), 의료기사(81.7%), 조리직(74.0%), 사무행정직(67.9%), 이송요원(61.1%) 등이 뒤를 이었다.

청소노동자가 병실, 시술실, 수술실 등에 들어갈 일이 거의 없는 사무행정 직원보다 낮은 것이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병원이 청소노동자들은 관리·보호해야 할 직원으로 보지 않는 것"이라며 "청소노동자들이 근무 중 질병에 감염되기까지 여러 경로가 있는데 주삿바늘 등에 찔리는 사고는 이제 해외 병원에선 안 나오는 유형이다. 의료진에게 처리 교육을 철저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그런데 국내에선 이런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나도 의사 경력이 25년 정도 되는데 받아본 적이 없다. 단순히 청소노동자뿐만 아니라 의사, 간호사 본인들에게도 위험하다"며 "드러나지 않을 뿐 일하다가 감염되는 청소노동자가 매년 100명 이상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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